[사건파일]아기를 세탁기에?…천장에 붙인 ‘보복 스피커’

2019-03-10 56



지난달 10일 새벽, 충북 청원경찰서 112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됩니다.

"아기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소리가 아래층에서 난다"

경찰이 급히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인 줄 알았던 이 사건, 바로 '층간 소음' 분쟁이었습니다.

윗집 소음에 시달렸다는 아래층 주민이 천장에 고성능 스피커를 붙여놓고 '아기 울음소리', 세탁기 소리' 등을 번갈아 틀어놓고 보복한 겁니다.

이른바 '보복 스피커'입니다.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는 꽤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층간소음에 지친 아랫집 피해자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이사를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구매했다".

실제로 어떤 느낌일까요.

스피커를 구입한 아랫집 주민이 직접 스피커를 천장에 밀착시키고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연결해 음악을 틀어놓는 모습입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그대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랫집에서 끌 때까지 윗집은 이런 음악소리에 계속 노출되는 겁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행기 소리', '곤충 소리'. '창틀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참기 어려운 소리들입니다.

스피커를 구입하면 황당한 안내 메뉴얼도 함께 제공됩니다.

경찰이 찾아올 경우, "경찰을 적으로 만들지는 말라", "경찰은 집 안에 들어올 수 없으니 굳이 스피커를 보여주지 말라"며

이른바 '보복소음'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보복 스피커' 왜 만들었을까요?

판매업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스피커 판매업자]
"위층의 생활소음은 다 나한테 전달이 되는데 내 생활소음은 위로 전달이 안 되잖아요 생활소음을 전달하게 하는 것 뿐이에요"

구매자들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스피커 구매자]
"계속 찾아가서 싸우기도 뭐하고 말다툼 하기도 질리고 해가지고 사봤죠."

그런데 '욱'하는 마음에 이런 스피커를 설치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경범죄처벌법상 '인근 소란'으로 혹은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
"가장 근접한 것을 폭행이라고 볼 수 있지. 경범죄나 둘 중에 하나로 하는 거지."

층간소음에 어느덧 '보복 소음'으로 맞서는 팍팍한 세태,

미세먼지 만큼이나 갑갑한 현실입니다.

사건파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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